마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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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만마음을 그리는 시인 2021. 3. 23. 16:12
[이광희의 마주보기] 교만 / 이광희 많은 꽃들이 피어나고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지만 제 한 철 다 지키지 못하고 스러지는 모습들을 본다 일찍 피었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늦게 피었다고 불행한 것이 아니다 많은 재능들이 태어나지만 너무 일찍 피어나 꺾이는 것을 본다 삶이란 때로 교만하거나 슬픈 것이다 교만이 꽃처럼 피어나 먼저 타오르다가 재능이 꺾이고 시들어 덧없음으로 돌아가는 것을 본다 ▶ 에필로그 우리말 사전에 '교만'은 제스스로가 잘난 체하며 겸손함이 없이 건방짐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허영'은 자기의 능력이나 분수에 넘치게 겉만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라고 돼있다. 교만과 허영은 같은 골짜기에서 만난다. 한 때는 빛나지만 머지않아 그 대가는 혹독하다. 교만한 마음은 남에게 상처를 주며 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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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실력행복한 주식투자 2021. 2. 7. 06:59
[이광희의 마주보기] 진짜 실력 가방 끈 길다고 공부 잘 하나요? 차트 책 20권 읽으면 주식투자 돈 벌까요? 대한민국 국민 공부 잘하고 머리 좋습니다. 차트 공부해서 돈 벌 거라면 푸어족 없겠죠? 기술적 분석 꼭 필요합니다. 차트기술은 무사의 칼과 같고 군인의 총과 같습니다. 싸움에 반드시 필요한 무기이지요. 하지만 무기일 뿐입니다. 어린 아이에게 칼을 주면 제 팔뚝을 벨 것입니다. 농부에게 총을 주고 싸우라고 하면 이길까요? 무기가 필요하지만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칼이 아니라 무사의 기백일 것입니다. 주식시장의 진짜 실력은 차트의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의 배짱과 결단력입니다. ▶에필로그 주식시장이 다시 3100선 위로 올라섰습니다. 저는 이전 코스피 3000은 당연하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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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마음을 그리는 시인 2021. 1. 25. 09:57
[이광희의 마주보기] 여행 / 이광희 여행을 떠났습니다 세상은 넓고 오! 거기 경이로운 풍경을 만나 자유와 기쁨을 느낍니다 안개 속의 방랑자가* 되어 세상을 굽어 봅니다 수많은 가야 할 곳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은 길을 걷고 새로운 삶의 모습도 바라봅니다 어디에나 욕망과 탐욕이, 선함과 거칠음이 사랑과 분노가 뒤섞이며 흘러 갑니다 비릿한 바람 속에는 꿈과 비애가 들어 있습니다 시간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갑니다 집에 가고 싶습니다 소파에 뒹글거리는 심심함과 평온함이 또 떠나고 싶어지는 무료함이 다시 그리워지는 시간입니다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 회화 작품에서 인용 ▶에필로그 인터파크투어가 지난 1월 22일 롯데홈쇼핑 판매에서 베트남 여행 상품을 내놓자 밤 11시 30분부터 70분간의 러닝타임에서 1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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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마음을 그리는 시인 2021. 1. 25. 09:54
[이광희의 마주보기] 어머니 / 이광희 한 평생 자식들 위해 살아온 세월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고 노랫말처럼 그 모질었던 삶이야 어이 말하랴마는 학처럼 살다 가시는 그 시절의 어머니는 이제 없다 자식들 떠나간 시골집에 혼자 남아 보고 싶은 자식들은 저마다 바쁘고 차마 남모르는 사정도 있다는 게지 눈 내리는 겨울 밤 병든 짐승처럼 웅크려 혼자서 중얼거리는 고독은 뼛속에 사무치고 차가운 바람만이 문풍지에 기웃거리다 제 길을 찾아 떠나간다 자식들이 힘 모아 보내준 공기 좋은 구비구비 산 속 요양원에도 보고 싶은 자식들은 멀리 있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아야 한다 언젠간 우리의 자식들도 힘 모아 우리를 공기 좋은 요양원에 모셔 줄 것이니 학처럼 살다 가신 그 시절의 어머니는 떠나고 외로움이 사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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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갈대꽃마음을 그리는 시인 2021. 1. 18. 11:03
[이광희의 마주보기] 마른 갈대꽃 / 이광희 마른 갈대꽃이 바람에 흔들린다. 잎은 시들어 떨어지고 꼿꼿하던 몸통도 꺾일 날을 기다린다. 한 때의 청춘이 있었다. 거친 비바람과 짓밟힘 속에서도 푸른 꿈이 자라났다. 언제였을까? 내 청춘도 그와 같다. 한 때의 청춘은 사진 속 풍경으로 퇴색하고 푸른 꿈은 이미 아득하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마른 갈대꽃으로 흔들린다. ▶에필로그 영하 20도가 넘는 매서운 한파가 한 차례 지나갔습니다. 주말엔 또 강추위가 온다고 하네요. 탄천변에 마른 갈대꽃들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목이 꺾인 갈대꽃도 있습니다. 예사로 보이지 않네요. 푸르게 푸르게 저마다 키가 크겠다고 키높이를 겨루던 날을 기억합니다. 지나고 나면 무상할 뿐입니다. 내 꿈도 이제 키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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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기도마음을 그리는 시인 2021. 1. 13. 00:14
[이광희의 마주보기] 밤의 기도 / 이광희 달빛이었을까 가로등일까 암막커튼의 열린 틈으로 누군가 방안을 들여다 본다 곁에 잠이 든 손녀의 얼굴에 서늘한 빛이 머물고 반듯한 콧등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그 곁에 할머니의 숨결이 평온한 꿈을 꾼다 어둠에 익은 눈이 손녀의 환한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불을 덮어준다 하나의 기도가 고요 속에서 일어선다 주여, 이 아이를 행복하게 하소서 ▶에필로그 요즘은 부모가 아이를 돌봐주지 않으면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집이 참 많습니다. 일하는 엄마가 그리워 엄마를 부르다가 잠이 든 손녀는 안쓰럽습니다. 그래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해서 다행입니다. 춥고 긴 겨울밤입니다. 암막 커튼의 희미한 불빛으로 잠든 손녀를 바라보다가 이불을 덮어 줍니다. 아이들은 왜 이불을 자꾸 걷어찰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