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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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기도마음을 그리는 시인 2021. 1. 13. 00:14
[이광희의 마주보기] 밤의 기도 / 이광희 달빛이었을까 가로등일까 암막커튼의 열린 틈으로 누군가 방안을 들여다 본다 곁에 잠이 든 손녀의 얼굴에 서늘한 빛이 머물고 반듯한 콧등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그 곁에 할머니의 숨결이 평온한 꿈을 꾼다 어둠에 익은 눈이 손녀의 환한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불을 덮어준다 하나의 기도가 고요 속에서 일어선다 주여, 이 아이를 행복하게 하소서 ▶에필로그 요즘은 부모가 아이를 돌봐주지 않으면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집이 참 많습니다. 일하는 엄마가 그리워 엄마를 부르다가 잠이 든 손녀는 안쓰럽습니다. 그래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해서 다행입니다. 춥고 긴 겨울밤입니다. 암막 커튼의 희미한 불빛으로 잠든 손녀를 바라보다가 이불을 덮어 줍니다. 아이들은 왜 이불을 자꾸 걷어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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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가는 아이마음을 그리는 시인 2020. 9. 10. 09:03
달려가는 아이 / 이광희 아이가 달려간다 달리는 것이 행복한 시절이 있다 초가을 달빛이 하얗게 빛난다 배부른 저 반달도 보름달을 향해 달려간다 기분 좋을 때 걷는 두번 딛기 걸음걸이로 아이는 저만큼 멀어진다 한 가닥으로 묶어 내린 머릿단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춤을 춘다 아이는 어느새 달려간다 멀어지면 뒤돌아서 다시 달려온다 그래, 꿈을 향해 달려가라 오늘처럼 근심없이 두려움도 없이 그대는 언제인가 아무런 근심없이 달려 보았던 그날이 아이가 가을 속으로 달려간다 저 빛나는 달빛은 아침을 향해 달려간다 ▷에필로그 우리나라에 사상 초유의 국난으로 IMF 사태가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그런 속에서도 계층간 격차는 더욱 현저하게 벌어졌다. 은행에 자본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날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