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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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마음을 그리는 시인 2021. 1. 25. 09:57
[이광희의 마주보기] 여행 / 이광희 여행을 떠났습니다 세상은 넓고 오! 거기 경이로운 풍경을 만나 자유와 기쁨을 느낍니다 안개 속의 방랑자가* 되어 세상을 굽어 봅니다 수많은 가야 할 곳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은 길을 걷고 새로운 삶의 모습도 바라봅니다 어디에나 욕망과 탐욕이, 선함과 거칠음이 사랑과 분노가 뒤섞이며 흘러 갑니다 비릿한 바람 속에는 꿈과 비애가 들어 있습니다 시간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갑니다 집에 가고 싶습니다 소파에 뒹글거리는 심심함과 평온함이 또 떠나고 싶어지는 무료함이 다시 그리워지는 시간입니다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 회화 작품에서 인용 ▶에필로그 인터파크투어가 지난 1월 22일 롯데홈쇼핑 판매에서 베트남 여행 상품을 내놓자 밤 11시 30분부터 70분간의 러닝타임에서 1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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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마음을 그리는 시인 2021. 1. 25. 09:54
[이광희의 마주보기] 어머니 / 이광희 한 평생 자식들 위해 살아온 세월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고 노랫말처럼 그 모질었던 삶이야 어이 말하랴마는 학처럼 살다 가시는 그 시절의 어머니는 이제 없다 자식들 떠나간 시골집에 혼자 남아 보고 싶은 자식들은 저마다 바쁘고 차마 남모르는 사정도 있다는 게지 눈 내리는 겨울 밤 병든 짐승처럼 웅크려 혼자서 중얼거리는 고독은 뼛속에 사무치고 차가운 바람만이 문풍지에 기웃거리다 제 길을 찾아 떠나간다 자식들이 힘 모아 보내준 공기 좋은 구비구비 산 속 요양원에도 보고 싶은 자식들은 멀리 있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아야 한다 언젠간 우리의 자식들도 힘 모아 우리를 공기 좋은 요양원에 모셔 줄 것이니 학처럼 살다 가신 그 시절의 어머니는 떠나고 외로움이 사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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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갈대꽃마음을 그리는 시인 2021. 1. 18. 11:03
[이광희의 마주보기] 마른 갈대꽃 / 이광희 마른 갈대꽃이 바람에 흔들린다. 잎은 시들어 떨어지고 꼿꼿하던 몸통도 꺾일 날을 기다린다. 한 때의 청춘이 있었다. 거친 비바람과 짓밟힘 속에서도 푸른 꿈이 자라났다. 언제였을까? 내 청춘도 그와 같다. 한 때의 청춘은 사진 속 풍경으로 퇴색하고 푸른 꿈은 이미 아득하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마른 갈대꽃으로 흔들린다. ▶에필로그 영하 20도가 넘는 매서운 한파가 한 차례 지나갔습니다. 주말엔 또 강추위가 온다고 하네요. 탄천변에 마른 갈대꽃들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목이 꺾인 갈대꽃도 있습니다. 예사로 보이지 않네요. 푸르게 푸르게 저마다 키가 크겠다고 키높이를 겨루던 날을 기억합니다. 지나고 나면 무상할 뿐입니다. 내 꿈도 이제 키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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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가는 아이마음을 그리는 시인 2020. 9. 10. 09:03
달려가는 아이 / 이광희 아이가 달려간다 달리는 것이 행복한 시절이 있다 초가을 달빛이 하얗게 빛난다 배부른 저 반달도 보름달을 향해 달려간다 기분 좋을 때 걷는 두번 딛기 걸음걸이로 아이는 저만큼 멀어진다 한 가닥으로 묶어 내린 머릿단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춤을 춘다 아이는 어느새 달려간다 멀어지면 뒤돌아서 다시 달려온다 그래, 꿈을 향해 달려가라 오늘처럼 근심없이 두려움도 없이 그대는 언제인가 아무런 근심없이 달려 보았던 그날이 아이가 가을 속으로 달려간다 저 빛나는 달빛은 아침을 향해 달려간다 ▷에필로그 우리나라에 사상 초유의 국난으로 IMF 사태가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그런 속에서도 계층간 격차는 더욱 현저하게 벌어졌다. 은행에 자본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날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