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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IT 개발은 왜 경쟁력을 가지지 못했나? [김진형 교수 인터뷰①]
    인터뷰 2021. 3. 29. 00:26

    1세대 AI 연구자 김진형 중앙대 석좌교수, 인공지능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본다

    대학의 학부 정원제 유연성 확보하고 컴퓨터 과학 전공하는 길 넓혀주어야

    김진형 중앙대학교 석좌교수

    인공지능이 우리나라에서 크게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의 바둑 대결이 큰 계기가 되었다. 알파고가 대승을 거두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기술을 국가 차원에서 확보하고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2016년 8월 인공지능연구원(AIRI)이 설립되었다.

    AIRI는 민간기업 연구소 체제로 출범했다. 공개소프트웨어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고급 인재를 채용해 자유롭게 연구하고, 결과를 공개하여 기업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들이 공동출자한 기업 형태가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이었다. 정부에서는 연구과제로 특별 지원하기로 약속이 있었다.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여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인공지능 연구개발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출범했다.

    기반기술을 확보해 우리의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했다. 얼굴 인식, 한국어 대화, 딥러닝 기술 등 산업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실용성있는 AI 연구에 매진하여 차세대 챗봇, 안내와 해설을 해줄 수 있는 지능형 아바타, 인공지능 화가 AI 아틀리에, 공장 자동화 등 관심을 받는 기술을 선보였다.

    정부의 특별 지원이 무산된 지금은 일반 대중이 활용하는 인공지능의 대중화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고객과 시장이 요구하는 특화된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하고 상용화하여 글로벌화를 이룬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AI미래포럼', 'KOSW포럼' 등 인공지능과 관련한 포럼에 AI 연구를 개척한 1세대 석학부터 AI 혁명가, 젊은 AI 스타트업 대표 등이 참여하며 그 열기를 높여가고 있다.

    본지는 이에 초대 인공지능연구원장이자 국내 AI 연구를 개척해온 1세대 석학 김진형 중앙대학교 석좌교수를 찾아 인공지능 연구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더 낳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우리나라 IT 개발은 왜 경쟁력을 가지지 못했나?


    IT 개념에 대한 혼란

    "IT는 Information Technology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IT 도입 초기 IT의 개념을 혼란스럽게 사용했다.

    90년 경 미국에 출장갈 때 마침 옆자리에 인도 청년이 앉았다. 실리콘밸리에 간다는 그 청년에게 IT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럼 뭘 하느냐고 다시 묻자 '칩디자인'을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걸 IT라고 한다고 하자 청년은 IT는 Information Technology로서 SW와 정보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고 칩디자인은 IT가 아니라는 의견을 보였다.

    IT의 개념을 글로벌에선 다르게도 사용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는 IT를 Information & Telecommunication Technology의 의미로 사용하여 통신을 포함시켰다. 그러다 보니 SW, 통신, 반도체가 망라된 기술들을 IT의 개념으로 혼란스럽게 사용한 것이다."

    김진형 교수는 IT의 개념이 불문명하다 보니 SW 산업에 대한 직업군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돌아보았다. SW인력이 부족하다는데 정부는 뭉뚱그려 IT인력이라고 하면서 통신인력을 양성했던 것이다.

    "삼성SDS 같은 솔루션을 만드는 IT회사의 경우 외국에서는 금융이면 금융, 철강이면 철강에 대한 도메인 날리지(전문지식)가 높고, SW 설계자가 높은 연봉으로 대접받는다. 전문 직업군을 형성하고 있는데 우리는 코딩하는 인력은 있었다고 하지만 해당 산업 전반에 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설계를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지 못했다.

    인재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기업 체제에서 직업군에 대한 전문성과 특수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기업 전체의 맥락에서 인사가 이루어지다 보니 선진국과 같은 전문가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했다."

    인공지능연구원 현판. 사진:미래경제뉴스

    SW 인재에 대한 존중과 SW 전문성에 대한 인식 부족

    김 교수는 커리어에 기반한 SW 인력의 전문성을 기업이나 사회에서 인정하는 문화가 형성되지 못한 것이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는 한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또 이런 문화적 현상의 이면에는 SW 개발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풍토가 있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SW는 불법복제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심지어 정부 부처, 교육 기관 등에서도 무료로 배껴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SW는 복사가 쉽다 보니 공짜로 배껴쓰는 것을 당연시하고 그런 행동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발 계약할 때 돈을 낸 사람이 개발된 SW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SW와 SW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다. 외국에서는 돈을 주고 SW를 개발해도 그 사용권을 산 것이라고 생각하지 소유권을 가진 것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는 정부조차도 개발비를 주고 전자정부 SW를 개발했다고 하면 그 SW를 정부 것으로 한다. 공무원들이 SW 개발의 요구사항을 명시하지 않고, 실은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 명시적으로 제시할 능력이 없었다고 본다. 그런 상태에서 개발을 시키고 개발해 오면 추가 비용도 지불하지 않으면서 이것 고쳐라, 저것 고쳐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완성된 SW는 정부 소유로 해버린다. 이런 관행이 굳어졌다. 정부가 소유한 SW는 개발한 기업에서 재활용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이런 관행은 곧바로 병원, 기업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사례를 들어보자면, 한 대형병원에서 병원관리시스템을 민간업체에 의뢰해 개발했는데 해외에서 병원 설립 의뢰가 있었다. 그러자 그 병원이 민간기업이 개발한 병원관리시스템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수출하겠다고 나섰다. 개발한 민간기업도 수출해야 하는데 당연히 소유권에 대한 분쟁이 발생했다.

    즉 SW를 어떤 밸류체인으로 개발해서 누가 소유하고 권리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글로벌 상식이 통용되지 않았다. 그냥 돈 낸 사람이 개발된 SW의 모든 권한을 다 가져갔다. 이렇게 SW 산업의 생태계에 무지하니 IT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에 IBM,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같은 글로벌 SW 기업이 크게 성장하는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SW 기업이 제대로 싹을 틔우지 못한 요인이다.

    당시 제자들이 많은 창업도 했는데 특히 순수 SW를 개발하는 기업체들이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이유는 한번 상용 SW를 팔면 곧바로 수많은 복사본이 나돌아 기업이 성장할 기회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눈에 띄는 SW 기업이 없는 이유다.“

    김진형 교수는 지식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부족한 사회였다고 회고했다. 개발 인재의 전문성을 인정하거나 활용할 줄도 몰랐다는 것을 아쉬운 점으로 짚었다.

    소프트웨어진흥법의 딜레마

    2013년 1월부터 정부는 중소 소프트웨어 사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공공소프트웨어사업에 대기업집단의 사업 참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을 시행했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은 2020년 '소프트웨어진흥법'으로 변경되었다.

    김 교수는 이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도 SW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대기업의 영역이 줄어들면서 대기업에 취업 기회가 줄어드니 SW 분야에 우수한 인재가 유입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우수한 인재가 모이지 않는 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더구나 용역 개발 시에 원격지 개발은 허용되지 않는데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개발자들이 출장을 자주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대기업이 진입하지 못하고 원격 개발도 허용되지 않는 데다가 발주한 사람이 SW 소유권을 주장하고, 업계가 고생 고생하며 개발한 SW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수정을 요청하는 일이 관행화되었다. SW 산업의 꽃인 SI 산업이 발달할 여건이 도저히 될 수 없었다."

    김 교수는 정부와 기업, 사용자 등 사회 전반에 관행으로 자리잡았던 SW 제품에 대한 인식, 개념의 부족이 해당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더구나 국내 기업의 능력은 일천한데 외국의 경쟁업체들은 매우 막강했다.

    "클라우드 시대가 되면서 SW 산업 생태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것을 느꼈고 해결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SW 사용료를 내고 쓰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SW 개발업체에 좋은 환경으로 바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클라우드와 SW 서비스의 도입이 늦어지는 문제가 또 발생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하나의 SW를 사서 관계부서에 나누어 쓰는 풍토가 남아 있다. 예컨데 정부 기관에서 한 기관의 관리시스템을 만들면 그 시스템을 전국의 관계 기관에서 쓰게 한다. 그런 일이 해당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본다.

    그런 부분을 개선하고자 'SW정책연구소'를 만들어 정책의견서도 보내고 토론도 하고 노력해왔다. SW정책연구소에서 SW 예산을 집행할 때 'SW영향력평가제도'를 만들어 시행했는데 상위법이 아닌 내규 정도의 제도여서 크게 영향력을 가지지는 못했다."

    결국 가시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김진형 교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미래경제뉴스

    ▶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는 길 크게 넓혀 주어야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우리나라가 컴퓨터를 제일 잘쓰는 나라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당시 주류를 이루고 있던 통신 관련 기관이나 업계에서 컴퓨터에 관련한 업무를 자기 부서로 끌어갔다. 또 당시 대학에서는 전자과와 컴퓨터학과가 통합되는 일이 이루어졌다. 군에서도 통신병과에 전산병과가 통합되었다.

    더구나 통신연구소였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당시 시스템공학연구소(SERI)를 흡수 통합한 것은 SW 영역을 통신의 영역으로 끌고 간 매우 뼈아픈 정책이었다. 당시 파워를 지니고 있던 통신연구원이 태동하여 성장하고 있던 SW 산업을 통째로 집어 삼킨 사건이었다. 통신기술이나 통신경제 관료들을 중심으로 한 통신 중심의 정책은 우리나라를 통신 인프라 강국은 만들었지만 컴퓨팅, SW, 데이터, AI 등의 지식서비스산업은 후진국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 20년이 지났지만 대학의 컴퓨터 과학 전공자 수가 크게 늘어나지 못하는 상황이고 아직도 전자·통신 분야에 비해 열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를 살펴보면 컴퓨터 과학이 미래의 먹거리로 성장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통신 인프라 산업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존의 정원 숫자에 얽매이다 보니 관련 SW 인재가 부족한 상태다. 최근 AI 인재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같다고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인재 양성이 부족해진 것이다."

    김 교수는 각 대학의 학부생들에게 컴퓨터 과학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크게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도권의 우수한 대학을 포함하여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문호를 넓혀주는 학부 정원제의 유연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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